차곡 차곡 쌓이는 하루/긴 끄적

고양이와 함께 살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 5가지.

후니허니 2018. 2. 18. 23:56

꽤 오래전에 반려인구가 천만이 넘었다는 뉴스를 봤던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 5명 중에 한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나 역시 초등학교 시절부터 집에서 강아지를 키웠다. 형제가 없던 내게 강아지는 형제이자 친구였다.

 

성인이 된 지금도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히 같았고, 고민 끝에 입양한 녀석이 지금 28개월 넘게 동고동락중인 고양이 나무(Tree).

 

사실 나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혼자 사는 처지에 개를 키운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경험상 개는 오랜 시간 혼자 두면 외로움을 많이 탄다. 그래서 선택한 동물이 고양이었다.

 

도도하고 까칠한 고양이는 개와 달리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겨서, 나처럼 혼자 사는 사람이 키워도 큰 문제가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스스로 화장실도 가린다고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하지만 막상 고양이를 키워보니 강아지와는 또 다른 고충이 있다. 내가 느끼는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 5가지는 다음과 같다.

 

 

1. 깔끔한 집안 상태.

 

고양이를 키우면서 가장 크게 실감한 부분이다. 나무를 데려온 다음날 아침 침대에서 내려와 발을 딛는 순간 모래가루 몇 개가 밟히는 게 느껴졌다. 고양이 화장실용 모래였다. 집사(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집사라고 한다)들이 흔히 말하는 사막화의 실체였다. 사진으로 보는 고양이는 귀엽지만 발에 밟히는 모래는 썩 유쾌하지 않다. 다음날 나는 바로 실내화를 샀고, 얼마 전까지도 집에서 실내화를 신고 다녀야 했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침대 위에서도 모래는 발견됐다.

 

고양이 털 역시 큰 골칫거리다. 나는 고양이나 강아지의 털 빠짐 정도가 비슷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양이가 강아지의 5배 정도는 털이 빠지는 것 같다. 어느 정도냐면 고양이를 한번 쓰다듬을 때면 손에 털이 묻어날 정도다. 매일 빗질을 해주고 청소기를 돌려주면 그나마 괜찮지만 사람이 살다보면 그렇지 않을 경우가 많다.

결국 방바닥 한 구석에 뒹구는 털 뭉치와 옷, 이불 등에 붙어있는 털들을 감수해야만 고양이와 동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깨닫게 됐다.

 

2. 장기 여행.

 

이건 고양이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모두 동감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고양이는 강아지에 비하면 혼자서도 잘 있는 편이다. 하지만 그것이 며칠 이상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양이를 두고 장기 여행을 떠나려면 반드시 고양이를 돌봐줄 사람을 먼저 구해야 한다. 고양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어야 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다.

 

3. 새벽 숙면.

 

이건 키우는 고양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집 고양이는 새벽 5~6시 사이에 한번은 잠에서 깨는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얼굴 주위를 서성거리고 뽀뽀(?)를 한다던가, 베란다 문 앞에서 야옹거린다. 특이한 것은 한쪽에 세워놓은 기타를 벅벅 긁는 행동인데, 섬유재질의 기타 케이스는 너덜너덜해진지 오래다.

 

4. 블랙&화이트 패션 코디.

 

당연히 털 때문이다. 우리집 고양이는 회색털의 러시안 블루종 고양이다. 그래서 검은 색 옷이나 흰색 옷에 털이 묻으면 유독 눈에 잘 띈다. 언제부턴가 내가 사는 옷들 중 검은색과 흰색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특정 색상의 옷을 입지 못한다는 게 어쩌면 사소하지만 무시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5. 음식 뚜껑 없이 식탁 위에 내놓기.

 

이 역시 고양이 털 때문이다. 고양이 속 털은 매우 가볍기 때문에 공기 중에 폴폴 거리며 날아다닌다. 그래서 물이라도 한잔 떠 놓을라 치면 어느새 털 몇 가닥이 물잔 속에 동동 떠다니는 걸 흔히 볼 수 있다. 고양이를 키우고 나서는 물이나 음식을 그냥 두지 못한다. 떨 뿐만 아니라 호기심이 왕성한 고양이가 이것들을 가만두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고양이를 키우면서 불편한 점 몇 가지를 공유한 이유는 사람들이 막연히 좋은 면만 보고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램에서다

 

나는 고양이를 키우면서 첫 번째 이유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그렇다고 괜찮아진 건 아니다.

 

글의 서두에 말했던 것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유기동물 숫자 역시 빠르게 늘어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사소한 것 같은 문제이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에는 많은 희생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당신이 반려동물을 키우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면, 반려동물과 함께 하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한 번 따져보길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을 키우겠다는 마음이 더 클 때, 비로소 입양을 추천한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옹. 잘 생각하라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