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 차곡 쌓이는 하루/긴 끄적

[스포일러 주의] <7년의 밤> 소설에는 있고 영화에는 없는 3가지.

후니허니 2018. 4. 8. 17:30

영화 <7년의 밤>이 개봉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원작 소설을 찾아봤다. 예고편이 강렬해서 영화를 꼭 보고 싶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을 읽은 이유는 영상이 상상력을 제한하는 게 싫어서다.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는 원작의 강렬함을 넘어서기 힘들다. ‘근접했다라는 평가만 받아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7
년의 밤> 역시 영화가 소설에 크게 못 미쳤다. 소설은 빠른 전개와 긴박함으로 독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다. 그에 비해 영화는 원작과 다르게 인물의 감정과 배경에 초점을 맞췄다. 긴박감은 떨어지고 불필요한 감정은 피로감을 부른다.


원작과 다른 설정들도 눈에 거슬린다. 2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에 원작을 모두 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 불구하고 원작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부분이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7년의 밤>. 소설에는 있고, 영화에는 없는 3가지 차이점에 대해 살펴봤다.

 


1. 전직 야국선수 최현수와 그의 그림자 용팔이.

원작과는 다르게 영화에서는 최현수가 전직 야구 선수였다는 설정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대신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에 트라우마를 입은 모습이 부각됐다. 선수 시절 그를 괴롭혔던 용팔이에 대한 언급도 없다. 용팔이는 최현수가 결정적인 순간에 공황상태에 빠지면 나타나던 왼팔 마비 증상이다. 야구를 관두고 사라졌던 용팔이는 최현수가 세령이를 죽인 이후 다시 돌아온다. 용팔이는 무능하고 비겁한 최현수가 현실의 도피처로 이용하는 상징이다.

 

2. 천재 소시오패스 오영제.

원작에서 오영제는 감정이 없는 천재로 그려진다. 어린 시절 오영제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간질연기를 하고, 동물을 죽이는 데에도 망설임이 없다. 성인이 되어서는 천재성이 부각된다. 뛰어난 집중력과 추리력으로 딸을 죽인 범인을 추적하는 모습은 분명 일반인과는 다르다. 어떤 상황에서도 허둥대지 않는 차분함과 천재성은 오영제를 소름끼치는 괴물로 만들어냈다. 반면 영화에서 오영제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광폭함만을 드러낸다. 결말에서 오영제가 스스로 머리에 총을 쏘는 장면은 원작이라면 납득하기 힘들다.

 

3. 두 남자의 아내 강은주와 문하영.

소설과 영화 모두 두 남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소설에서 최현수의 아내 강은주와 오영제의 아내 문하영은 각각 하나의 에피소드를 차지하고도 남을 만큼의 큰 비중을 가지고 있다. 최현수는 강은주 앞에서 늘 주눅들어있고, 오영제는 문하영에게 신과 같은 존재로 군림한다. 아내와의 관계에서 두 남자의 캐릭터가 극명하게 드러나기에 이들의 부재는 아쉽다. 특히 문하영은 소설의 결말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영화에서는 존재만 언급되어졌을 뿐이다.

 

이것 말고도 원작과 영화의 차이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다. 이를테면 소설에서 세령이가 죽은 날이 2004827일이지만 영화에서는 200410(?)일이다. 아마도 영화를 촬영한 시점이 늦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여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소설에서는 상당 부분이 최현수의 아들 서원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또한 댐경비를 하면서도 소설가를 꿈꾸는 안승환(송새벽)의 비중이 매우 높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다. 소설에서 오영제와 최현수가 처음 대면하는 도로위에서 타고 있던 차는 BMW와 마티즈였지만 영화에서는 레인지로버와 프라이드다. 원작에서 최현수는 왼손잡이지만 영화에서는 오른손잡이다 등등...


하지만 정작 원작자는 영화에 만족하는 모양이다. 얼마 전 정유정 작가가 영화를 극찬하는 인터뷰 영상을 봤다. 자신의 소설이 영화화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인 것일까? 그래도 소설을 재밌게 읽은 독자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영화 <7년의 밤> 한줄 평.

나에게 소설가 정유정을 알게 해 준 고마운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