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 차곡 쌓이는 하루/긴 끄적

글을 잘 쓰기 위해 가져야 할 3가지 마음가짐

후니허니 2020. 3. 18. 12:13


나는 어릴 때부터 또래보다 책읽기를 좋아했다. 어머니는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위인전이나 어린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각색된 아동용 소설을 자주 사주셨다. 어느 겨울 방학 즈음인가 톰 소여의 모험이나 장발장같은 소설을 아주 재밌게 읽었던 것이 기억난다. 

책과 친숙한 환경에서 자라다보니 글을 읽고 쓰는 것도 곧잘 해왔던 것 같다. 중학교 때에는 교내에서 열린 백일장에서 두어 번 입상한 적이 있는데 이것을 계기로 나는 나의 글쓰기 실력에 대한 막연한 자부심을 갖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가 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성인이 되어 글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심지어 글쓰기가 너무 어려워서 고통스럽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그런데 1~2년 전부터 이전보다 글쓰기가 편하고 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글쓰기 경험과 기술이 점차 발전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의 마음가짐을 바꾼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지금에 와서 보니 내가 글쓰기를 힘들어 하던 시절에는 그럴만한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것들을 토대로 글을 잘 쓰기 위한 가져야 할 마음가짐 3가지를 추천한다.

글쓰기 실력은 경험과 비례한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글쓰기 실력이 자동으로 늘지는 않는다. 반드시 글을 직접 써보는 무수한 경험이 뒤따라야 한다. 문제는 꾸준한 연습을 통한 점진적인 실력 향상을 추구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나의 이상이 너무 높았다.

결국 하루빨리 수준 높은 글쓰기 실력을 갖고 싶던 나의 조급함이 발목을 잡았다. 훌륭한 책을 읽으면서 눈이 너무 높아졌던 것이 되레 나의 글쓰기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셈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지치고 실망하고 좌절하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나는 재능이 없구나라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렇게 펜을 놓게 되면 다시 펜을 잡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글쓰기 실력은 짧은 시간에 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재능을 떠나서 오랜 시간 노력을 쏟은 만큼 실력이 성장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는 대개 조급함으로 일을 망치기 마련이다.

글쓰기는 나의 지적 능력을 테스트하는 도구가 아니다.

글을 잘 쓰려고 하기 전에 왜 잘 쓰고 싶은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글 실력으로 자신의 지적 능력을 뽐내고 싶어 한다. 나도 그랬다. 아니 그보다 나의 밑천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

글을 읽다보면 글쓴이의 지적 수준을 대강이라도 짐작할 수 있다. 어린아이가 쓴 글과 대학교수가 쓴 글이 같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글쓰기 통해 나의 지적 수준이 드러나는 것에 과도한 두려움을 갖지는 말자. 그렇지 않으면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는 매 순간, 수능 시험장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글쓰기는 나의 지적 능력을 테스트하는 도구가 아니다.

사실 높은 지적 수준을 갖췄다고 해서 모두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다. 지금 당장 대법원 사이트에 들어가 판결문 하나만 읽어보자. 어려운 법률 용어를 차치하고라도 당최 무슨 소리인지 모를 문장들이 가득하다. 그렇다고 판결문을 쓴 판사의 지적 능력이 낮다고 할 수 있을까?

글쓰기의 가장 근본적인 기능은 기록(저장)과 전달(공유)이다.

글쓰기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믿음이 실제적인 글쓰기를 방해한다. 직접 글을 쓰고 고치는 과정을 연습하기보다는 이론에 매몰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고 본다.

과연 글쓰기에 정답이 있을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글쓰기의 본질과 목적이 무엇인지 따져볼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본질적인 기능과 목적은 기록과 전달이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 지식, 정보, 개인의 감정 등 다양한 것을 기록하고 저장하는 것이 1차적인 기능이다. 그리고 이것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이 두 번째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글쓰기에는 본연의 기능과 목적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정답을 찾으려고 할 게 아니라 어떤 기능과 목적에 입각해 글을 쓰려고 하는지를 항상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에게 글쓰기는 여전히 숙제이고 도전이다. 하지만 글쓰기 과정이 더 이상 고통이 아닌 기쁨의 순간이 되길 바라면서 이 글을 나에게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