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 차곡 쌓이는 하루/긴 끄적

우리는 왜 그렇게 화가 나 있을까?

후니허니 2020. 3. 22. 13:43

당신은 길에서 앞을 가로 막거나 어깨를 부딪치는 사람에게 솟구치는 화를 주체하기 힘든 경험이 있었습니까? 회의 시간에 나의 기획안을 지적하는 직장 상사나 도착 시간이 한 참 지나버린 음식 배달 때문에 얼굴이 시뻘게진 경험은요?

우리는 가끔씩 별것도 아닌 일에 잔뜩 화가 나 있는 자신을 깨닫게 됩니다. 물론 화를 내는 게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 가끔은 정말 화를 낼만한 상황도 있기 마련이죠. 하지만 지나고 보면 사실 그렇게까지 화를 낼 건 아니었어라고 느끼게 되는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나 있었던 것일까요? 여기서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한 남자가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앞두고 망설입니다. 그리고 여기 매번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개 남자들은 거부당하는 것에 굉장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여자들이 관계에서 소외되거나 혹은 자신이 상대에게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는 분노에 가득 찼던 저의 모습을 돌아 볼 때 문득 매번 비슷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바로 나는 지금 방해를 받고 있으며, 거부와 무시를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죠. 사실 단순히 방해를 받는 것보다도 거부와 무시를 당한다고 느낄 더욱 화가 났던 것 같습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거부와 무시에 큰 공포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의 극대노뒤에는 이 거부와 무시에 대한 두려움이 깊게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두려움에 기반한 분노.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혹시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나요?

원시 시대의 인류는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삶을 살았습니다. 먹을 것을 구하고 추위를 피하고, 맹수로부터 도망치거나 싸워서 살아남는 것, 나아가 종족을 번식하는 것이 유일한 지상 과제였습니다. 그런 시대에 자신이 속한 무리나 사회로부터의 거부와 무시는 생존에 엄청난 위협이 됐을 것입니다.

요즘을 사는 우리는 어떤가요?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은 문자 그대로 먹고 사는 것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습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조직과 사회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죠. 지금 이 나라에서 타인이나 사회가 구축해 놓은 시스템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자급자족으로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자연인(TV 프로그램)에 나오는 분들이 아니고서야 말이죠.

사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그로부터 돌아오는 피드백, 즉 반응과 신호에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반응이 내가 원하고 기대한 것과 다르게 흘러갔을 때 우리는 두려움 느끼게 됩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의 일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평균적인 삶의 수준은 올라갔지만 그 시스템의 종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 우리는 무력감을 느끼죠. 자본주의 시대에 사회(시스템)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정말 별로 없습니다. 무력감은 어느 순간 두려움으로 바뀌고 그 두려움은 결국 분노로 표출됩니다. 요즘은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이 느끼는 무력감과 두려움이 최대치로 높아져 있는 시대라고 생각됩니다. 그럼 자본주의가 나쁘냐? 그렇게 볼 수는 없지요. 우리는 이미 자본주의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게 사실이잖아요? 현명하게 자본주의를 살아가야 지혜가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과연 그 길은 있을까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