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 차곡 쌓이는 하루/긴 끄적

우리는 왜 그렇게 화가 나 있을까?(2)

후니허니 2020. 3. 31. 18:44

사람들은 언제 편안함을 느낄까요? 저는 앞으로 벌어질 일을 미리 알고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낍니다. 반대로 불확실한 것,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긴장하고 불안해집니다. 아마도 저와 비슷한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현대인들은 과거를 분석하고 또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도구를 가지고 있죠. 컴퓨터나 인공지능 같은 것들이 지금 막 떠오르는 것들인데요. 어쩌면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그리고 알고 싶다는 우리의 욕망이 지금의 과학기술과 문명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네요.

불확실성은 점점 사라지고 예측 가능한 삶에 익숙해지면 우리의 인생이 미리 짜인 각본처럼 흘러간다고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던 시스템이 갑자기 멈추거나 혹은 우리가 그것에서 살짝 벗어나는 순간이 오면 알게 됩니다. 사실 우리의 삶은 불확실성 그 자체라는 것을요.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이따금씩 마주하게 되는 불확실성에 적잖이 당황하곤 합니다. 지금까지 예측 가능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아주 사소한 문제로 방해를 받게 되면 우리는 나의 무력함에 놀라고 나아가 통제할 수 없는 현실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우리의 뇌는 두려움에 점령당합니다. 두려움에 지배된 뇌는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저항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저항은 현실 극복과는 좀 다른데요. 회피와 밀어내기에 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가 두려움에 저항하는 가장 흔한 방식이 바로 분노입니다.

저는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분노의 대부분이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평소 예측 가능한 상황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아주 사소한 것까지 컨트롤 하고 싶은 욕망에 빠지게 되죠.

예전에는 아주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만 두려움을 느끼고 화가 났던 사람도 어느 순간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당황해하는 자신을 볼 수 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이 조금만 늦어도 화를 참을 수 없었던 기억이 아마 한번쯤은 있으실 텐데요.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 지금보다 더 자주 불확실함에 노출될 때 그리고 불확실함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분노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어느 날 문득 자주 짜증을 내고 잔뜩 화가 나 있는 저의 모습을 깨닫게 되면서 궁금하더라고요. 도대체 왜 이렇게 화가 나 있는지 말이죠. 그래서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고 지금 이 글을 쓰게 된 것인데요. 이제는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